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도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참으로 긴 1년 반입니다.
그 1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는 소통에 영 소질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명박산성의 등장, 불통정권이라는 말, 우이독경에 마이동풍이라는 말, 좌측 깜빡이 켜고 우측으로 간다는 말 등이 계속됐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들여다보니 이명박 정부가 소통에 영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아니 소통의 필요성도 없다는 듯 행동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네요.
이쯤해서 이명박 정부와 어울리는 속담 5개를 뽑아봤습니다.
주로 말과 관련된 것입니다. 간단한 설명도 곁들였으니 한번 보시죠.
1. 말 아닌 말
- 이치나 경우에 닿지 아니하는 말을 이르는 말.
2009년 7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과 관련해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국회가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한 법의 적용을) 적절한 기간 연장을 하고, 그 기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 …연기도 사실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인데,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고용의 유연성이란 말인데, 이는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이 왜 문제가 되었을까요? 바로 해고가 정규직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고용이 불안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고용의 유연성이 문제의 해법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은 말합니다. 고용의 유연성이 어떻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일까요?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 말은 ‘말 아닌 말’에 해당됩니다.
말 아닌 말은 첫 조각 때 참 많이도 나왔습니다. 경우에 닿지 않는 말들이 많았죠.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서초동 오피스텔은 내가 유방암 검사에서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감사하다고 기념으로 사준 것이다. …일산 오피스텔은 친구에게 놀러 갔다가 사라고 해서 은행 대출 받아 샀다”는 말,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말,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여의도가 살 만한 곳이 못 돼 송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는 말,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난 고용정책을 잘 모른다”는 말, 장남의 군 복무 기간 중 골프 외유에 대한 질문에 “원래 애가 골프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의 말 등이 ‘말 아닌 말’에 해당합니다.
아, 참고로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는 “말 살에 쇠 살 : 합당하지 않은 말로 지껄임을 이르는 말”도 있습니다. 견강부회(牽强附會)-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함-란 말도 제법 비슷하네요. 또 궤변(詭辯)-상대편을 이론으로 이기기 위하여 상대편의 사고(思考)를 혼란시키거나 감정을 격앙시켜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며 대는 논법-이란 말도 얼추 비슷해 보입니다.
2. 말하는 것을 개 방귀로 안다
- 남의 말을 시시하게 여겨 들은 척도 안 한다는 말.
이 속담에 해당하는 예는 멀리 갈 것도 없네요. 2009년 7월 3일자 경향신문은 각계의 지식인과 논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서 청와대가 ‘한국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 1위를 차지했네요. 1위니까 자랑스러워해야 할까요?
설문 응답자들은 불통의 원인으로 ‘반대 의견에 대한 관용 부족’을 1위로 꼽았네요. 관용부족이라? 이 기사 읽으면서, 전 말하는 것을 개방귀로 안다는 속담을 떠올렸습니다. 반대의견에 대한 관용부족은 결국 반대의견을 듣지 않거나,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거든요.
다음 사례를 보면 수긍이 갈 겁니다. 한동안 시국선언이 계속됐습니다. 시국선언은 교수와 학생, 그리고 만화가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국선언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일부 시국선언에는 반응을 즉각 보이기도 했죠.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해서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으니까요. 반대의견에 대한 관용부족을 드러낸 것이죠.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명박 정부는 시국선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국선언을 시시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대 교수 124명이 시국선언을 하자 “서울대 교수 총원이 1,700명이 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교수가 시국선언에 나선 의미를 따져보지 않고 단순히 숫자 놀음을 한 것이죠.
비슷한 예는 또 있습니다.
취임 초기부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많은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었죠. 언론과 학계에서 연이어 비판했지만 강만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다가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그때서야 물가를 잡겠다고 나섰죠. 그 사이 환율은 1,50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가 가관입니다. 2008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강만수는 “원 없이 돈을 써본 한 해였다”고 말했습니다. 진작에 그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접으라는 비판을 받아들였다면, 말 하는 것을 개방귀로 알지 않았다면, 이런 ‘말 아닌 말’도 나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참고로 말하는 것을 개방귀로 안다는 말과 비슷한 속담으로는 “말만 귀양 보낸다 : 말을 하여도 상대편의 반응이 없으므로, 기껏 한 말이 소용없게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과 “말 귀에 염불 : 아무리 말하여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성어로는 우이독경(牛耳讀經)-쇠귀에 경 읽기라는 뜻으로,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이르는 말-과, 마이동풍(馬耳東風)-동풍이 말의 귀를 스쳐간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아니하고 지나쳐 흘려버림을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3. 말한 입에 침도 마르기 전
- 무슨 말을 하고 나서 금방 제가 한 말을 뒤집어 그와 달리 행동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내놓았습니다. 5월 22일 그는 미국간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들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사과하는 것 같았죠. 하지만 재협상에 나설 뜻이 없음을 천명했고, “정부는 미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수입 쇠고기가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다는 점을 문서로 보장받았으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도 명문화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어찌됐든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지금까지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고도 말했으니 뭔가 달라질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달랐습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과 어청수 경찰청장이 촛불집회에 ‘엄정한 법집행’을 시작했기 때문이죠.
김경한은 2008년 5월 26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불법 집회․시위를 주동하거나 극렬 행위를 한 사람뿐 아니라 선동․배후조종한 사람도 끝까지 검거해 엄정 처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습니다. 어청수 역시 같은 날 “(시위가)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 처리 대상이 수 백 명이 되더라도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말했죠.
그 결과는 어땠나요? 2008년 5월 31일과 6월 1일 촛불집회 현장에는 물대포와 방패를 이용한 시위 진압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서울대 여학생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촬영돼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2008년 6월 10일, 저 유명한 ‘명박산성’이 등장했죠. 어청수는 한편으로 “80년대식 진압을 해볼까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 김경한 역시 “경찰관이 법 집행 과정에서 다소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피해가 간다 하더라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면 면책하도록 하겠다”며 경찰의 배후를 자임했죠.
국민에게 사과하는 척 하다가 뒤통수를 친 셈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다음과 같은 말도 이 속담에 딱 어울립니다. 최시중은 국회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방통위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말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선거 캠프에 참여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 만드는 데 생을 걸다시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위원회 운영을 편파적으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방송의 독립성 문제는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죠.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KBS 정연주 사장이 물러났죠. 그 사람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김금수 KBS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 퇴진을 압박했습니다. YTN에는 이명박 선거캠프의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이 사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요새 MBC는 어떻습니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위해 방통위에서 MBC 노사의 이사 추천권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방송의 독립성 문제는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결국 ‘말한 입에 침도 마르기 전’이란 말에 해당합니다.
이 속담과 비슷하진 않지만,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이런 속담을 하나 제안하고 싶네요. “거짓말은 도둑놈 될 장본 : 거짓말하는 버릇이 도둑질의 시초라는 말”이란 속담을 말이죠.
참고로 이와 비슷한 속담 열거해봅니다.
말은 앵무새 : 말은 그럴듯하게 잘하나 실천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
말로는 못할 말이 없다 : 실지 행동이나 책임이 뒤따르지 아니하는 말은 무슨 말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말.
말로는 사촌 기와집도 지어 준다 : (북한속담) 실지의 행동이나 실천은 없이 그저 말로만 하는 것이야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하는 뜻으로 이르는 말. ≒말로는 천당도 짓는다.
말로만 꾸려 간다 : (북한속담) 실제 행동은 하지 아니하고 말로만 때우는 것을 이르는 말.
4. 말이란 탁 해 다르고 툭 해 다르다
- 말이란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데 따라서 아주 다르게 들린다는 말.
이 속담에 해당하는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 입에서 나왔습니다. 화물연대 파업 때의 죽창 발언이죠.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5월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많은 시위대가 죽창을 휘두르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돼 한국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후진성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떨어뜨리는 3가지 요인이 폭력시위, 노사분쟁, 북핵문제로 조사된 바 있는데 우리 사회에 여전히 과격 폭력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죽창’의 등장을 사실로 규정했습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죽창이 아니라 깃대였다고 주장했고, 경찰에서 죽봉이라 부르기로 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죽창이라고 언급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죽창이라고 규정하니 경찰에서도 나중에 죽창이라고 얘기합니다. 대통령이 죽창이라고 했으니 그에 따라야겠지요. 노동자들이 아무리 죽창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그날 시위에 나온 것은 죽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뒤는 어땠나요? 도심집회 불허 방침이 나왔습니다.
2009년 5월 20일에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 하에 법무부, 행정안전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장관 등과 경찰정창,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참석하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불법 시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법행위는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며, 현장 검거에 실패할 경우에는 철저한 채증을 통해 검거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이 세워졌죠.
그 후에는 또 어땠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 PVC 만장이 펄럭였습니다.
대통령이 죽창이라고 규정하니, 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입니다. 말이란 게 탁 해 다르고 툭 해 다르다는 말, 와 닿지 않습니까?
5. 말하는 남생이
- 남생이가 토끼를 속여 용궁으로 끌고 갔다는 이야기에서 온 말로, 아무도 그가 하는 말을 신용하지 못한다는 말.
이 속담은 이명박 정부와 어울리는 속담의 총정리 판입니다.
앞서 언급한 속담의 결과물이란 얘기죠.
앞서 소개한 사례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신뢰를 잃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고 않고, 공권력을 통해 그 목소리를 억압하려고 하고 있으며, 자기가 한 말과 다른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죠.
이 속담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얘기를 하지 않아도 다들 이해하실 터이니,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속담과 비슷한 우화로는 이솝의 양치기 소년이 있죠. 또 이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또 비슷한 것 같은 말로는 레임덕(lame duck)이 있습니다. 레임덕은 “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으로,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의 지도자 또는 그 시기에 있는 지도력의 공백 상태를 이르는 말”인데요.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가 마치 레임덕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어떤가요? 수긍이 가십니까?
끝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추천해주고픈 속담을 한번 꼽아봤습니다.
이 속담을 끝으로, 이 글 마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추천해주고픈 속담 7선
1. 말은 할 탓이다 :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하기에 달렸다는 말. ≒말은 꾸밀 탓으로 간다.
2.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 : 상대편이 말을 고맙게 하면 제가 생각하였던 것보다 훨씬 더 후하게 해 주게 된다는 말.
3.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산다 : (북한속담) 말이란 깊이 생각하여서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는 말.
4. 말 한마디에 북두칠성이 굽어본다 : (북한속담) 진실한 마음으로 말을 잘하면 보람이 크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 거짓말하고 뺨 맞는 것보다 낫다 : 좀 무안하더라도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야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말.
6. 말 한마디에 천금이 오르내린다 :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중요하다는 말.
7.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 말만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 ≒천 냥 빚도 말로 갚는다.
2009년 7월 3일 아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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